나폴레옹과 모피 상인
적군에게 쫓기던 나폴레옹이 한 모피상인의 상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상점 주인은 나폴레옹이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모피 더미 아래에 숨겼다. 곧이어 나폴레옹을 쫓던 적군은 상점에 들이닥쳐 긴 칼로 모피 더미를 찔러가며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폴레옹을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나폴레옹의 호위병들이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모피 더미에서 기어나온 나폴레옹은 상점 주인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머리를 조아렸다. 주인은 자신이 구해 준 사람이 나폴레옹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순간 모피 상인은 나폴레옹에게 물었다.
“위대한 분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외람되지만 모피 더미 아래에 숨어서 나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그러자 나폴레옹은 불같이 화를 내며 이렇게 외쳤다.
“감히 나폴레옹 황제에게 그런 걸 묻다니, 저 놈의 눈을 가려라. 그리고 내게 총을 가져오라.”
순식간에 모피 상인은 눈이 가리워진 채 나무에 묶였다. 모피 상인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주변의 움직임은 더욱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나폴레옹의 부하들이 일렬로 늘어서는 발자국 소리와 총을 옮겨 쥐는 소리 그리고 나폴레옹의 “준비, 조준”이라는 함성을 들었다. 그 순간 모피 상인은 자신의 옷이 차가운 바람에 날리고 있으며 뺨을 스쳐가는 냉기와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고통과 아픔이 이제는 영원히 자신을 떠나겠구나 하며 편안해지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것이 가슴 밑바닥에서 터져나왔다.
긴 침묵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피상인은 곁으로 다가오는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는 눈가리개를 풀어 주었다. 모피 상인은 쏟아지는 밝은 햇살 아래서 나폴레옹의 웃고 있는 눈을 보았다. 나폴레옹은 온 영혼을 꿰뚫어보는 눈빛을 하고서 모피 상인에게 말했다.
“이제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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