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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마음속의 수천 마디

마음속의 수천 마디


한 철학자가 아침마다 산책을 했다. 하루는 이웃 사람 한 명이 철학자에게 산책을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철학자는 산책을 하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웃 사람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두 사람은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산책길에 올랐다. 철학자를 따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속에서 이웃 사람은 너무도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철학자가 자신에게 당부한 침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뒤 이웃 사람이 철학자를 찾아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친척 한 명이 오늘 저희 집에 왔는데, 내일 산책길에 그 친척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철학자는 이웃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조건을 내걸며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새벽 이웃 사람은 자신의 친척을 데리고 철학자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이웃 사람은 자신이 느낀 평온함을 친척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친척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침묵을 지키려고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불쑥 튀어나오려고 하는 말을 억지로 참느라 그 친척은 숲의 맑은 공기도, 새벽 안개의 고요함도 느끼지 못했다.

이윽고 해가 떠오르고 새들이 깨어나 지저귀기 시작하자 그 친척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아침이로군.”

그 말을 들은 철학자는 산책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와 이웃 사람에게 말했다.

“자네의 친척과는 이제 산책을 할 수가 없네. 말이 너무 많아.”

“말이 너무 많다니요? 그는 단 한마디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이웃 사람은 말대꾸를 했다. 그러자 철학자는 언짢은 듯이 말했다.

“자네는 그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만 들었지, 마음속으로 하는 말은 듣지 못했군. 그 사람은 마음속으로 한마디가 아니라 수천 마디도 더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