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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누가 아비일까?

누가 아비일까?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나눈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은 어려서부터 재치 있는 장난을 잘 쳤는데 그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한번은 대궐에서 오성과 한음이 서로 내가 ‘아비’라며 농담을 하는 것을 본 선조 임금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대체 누가 아비이고, 누가 아들이오?”


임금의 우스갯소리에 오성과 한음은 서로 더욱 자기가 아비라고 우겼다.


“그럴 것 없이 오늘은 내가 아비와 아들을 확실하게 가려 주겠소.”


선조 임금은 신하를 시켜 종이 쪽지 두 장에 한자로 ‘아비 부’ 자와 ‘아들 자’ 자를 쓰게 했다. 그리고는 오성과 한음에게 뒤돌아 앉으라고 하더니 그 종이 쪽지를 접어서 두 사람 등 뒤 바닥에 하나씩 놓았다.
 
“자, 이제 돌아앉아서 앞에 놓인 종이를 한 장씩 집어서 펴 보시오.”


오성과 한음은 얼른 종이 쪽지를 집어 펴 보았다. 그러자 한음이 먼저 “제가 아비입니다” 하며 ‘아비 부’ 자가 써진 종이를 펼쳐들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오성은 얼굴을 찌푸리기는커녕 싱글벙글한 것이었다. 선조 임금이 이상해서 물었다.


“그대는 ‘아들 자’ 자를 집었을 텐데 뭐가 좋아서 그리 싱글벙글하오?”


오성은 무릎 위에 펴놓은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늘그막에 아들을 얻어 무릎 위에 앉혔으니 이 아비의 마음이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오성의 재치 있는 농담에 선조는 무릎을 탁 치며 껄껄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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