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모음

[교훈] 잘못 찍은 마침표

잘못 찍은 마침표

 

《흑의의 사제》, 《귀여운 여인》, 《골짜기에서》로 러시아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연 안톤 체호프는 의과대학에 다니던 중 생계를 위해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했던 그는 결국 그로 인해 러시아에서 추앙 받는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작가이자 의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체호프는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한 사나이의 집에 들렀다. 그는 성심껏 환자를 진찰한 뒤 복용할 약과 병을 다스릴 수 있는 치료법을 처방전에 써서 환자의 가족에게 건넸다.

진료를 마치고 마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그가 마부에게 소리쳤다.

“이보게, 아까 그 환자의 집으로 다시 데려다 주게. 내가 처방전을 잘못 써 줬다네.”

체호프의 다급한 목소리에 마부는 서둘러 말머리를 돌렸다.

“내 금방 다시 나올 테니 잠깐만 기다리게나.”

그는 자신의 말처럼 5분도 안 되어 환자의 집에서 나왔다. 체호프가 마차에 오르고 다시 마차가 출발하자 마부가 체호프에게 말했다.

“환자한테 내린 처방전에 심각한 잘못을 한 모양이죠? 그렇게 다급하게 다시 이곳으로 오신 걸 보면.”

그런데 마부의 예상과 달리 체호프는 껄껄 웃으며 엉뚱한 답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몰라도 나에게 매우 중대한 실수였소.”

마부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체호프는 말을 이었다.

“글쎄, 내가 적은 처방전에 마침표 하나를 엉뚱한 곳에 잘못 찍고 말았소.”

“그럼 잘못 찍은 마침표 하나를 고치려고 그렇게 급하게 환자 집에 갔단 말입니까?”

“환자한테 큰 지장이 없었겠지만 나한테는 그 실수가 매우 중요한 일이었소. 만약 틀린 줄 알면서도 그냥 돌아갔다면 아무 일도 못하고, 결국 다시 그 환자 집으로 가서 수정해 주고 돌아왔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