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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비빔밥(骨董飯):지혜로운 한그릇 영양식



간단한 끼니로 며칠을 뛰어 다니다 보면

가끔은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꼭꼭 음미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 저는 갖은 나물과 고슬한 밥, 달걀 프라이에 청포묵까지 얹은

따끈한 비빔밥 생각이 나곤 해요.

남은 음식으로 쓱싹 비벼 먹는 솔로 특유의 함박 비빔밥이 아닌,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

손은 많이 가지만, 어쩐지 갖은 정성이 담긴 동그란 비빔밥 그릇을 보고 있으면

귀한 대접받는 기분, 헛헛한 속을 달래 줄 따스한 기운이 마음까지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여느 때보다 천천히 한입 한입 씹어 삼키곤 합니다.

추위에 지친 마음까지 위로 받을 수 있게...


비빔밥이 좋은 또 하나.

재료들 넉넉히 해두면 반찬도 또한 듬뿍 생겨, 간단히 김칫국이나 동치미만 있어도

며칠은 두고두고 근사한 만찬을 즐길 수가 있지요.

(그러다 어느 날 김치 팍팍 잘라넣고 쏠로표 함박비빔밥이 되고 마는. 스뎅그릇 어딨어? 참기름 팍팍 ㅋ)

그리고 약고추장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 또 비빔밥 먹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지난 호에 올린 쇠고기 약고추장 활용 요리 한 가지 더 소개해드린다고 했지요?

넉넉히 볶아 둔 약고추장 꺼내 함께 비벼 먹으면, 따로 쇠고기 고명을 올리지 않아도

맛과 영양을 더한 1석 2조의 활용요리가 되지요.

갖은 나물에 함유된 다양한 양질의 비타민과 무기질,

달걀과 약고추장의 단백질과 칼슘, 참기름과 밥의 몸에 좋은 식물성 지방과 탄수화물까지

고른 영양소가 가득 찬 지혜로운 한 그릇 음식, 이 보다 더 훌륭한 구성이 또 어딨을 까요?

외국인들도 한국의 과학적인 영양식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는 비빔밥으로

이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네 몸과 마음에 정성과 영양을 불어 넣어 봅니다.



 1  나물&청포묵 고명 재료 (반찬 두고 먹으려고 좀 넉넉하게 했어요. 2-3배 분량입니다.)


가지 1개 (국간장 1/2밥숟가락,참기름 1티스푼, 깨 1/2티스푼 + 취향에 따라 설탕,고춧가루 약간 )

고사리 50g (간장 1/2밥숟가락, 참기름 1티스푼, 물 1-2밥숟가락 +취향에 따라 설탕 약간), 식물성 기름

당근 5-6조각 슬라이스 (식물성 기름 약간, 소금 약간)

도라지 50g (소금 약간, 참기름 1/2티스푼, 설탕 약간 +취향에 따라 다진파 1티스푼, 물 약간) 식물성 기름

버섯(표고) 2장 (참기름 약간, 소금 약간), 식물성 기름

시금치 50g (소금 약간, 참기름 1티스푼, 깨 1/2티스푼)

콩나물 100g (소금 약간, 참기름 1티스푼, 깨 1/2티스푼)

호박 1/3개 ( 참기름 2티스푼, 새우젓 국물 1/2티스푼), 절일 소금 약간

청포묵 20-30g


 2  그 밖에 재료

 

밥 1공기, 달걀프라이 1개, 약고추장, 채썬 김이나 다시마 튀각





recipe 1 나물 준비하기

 

1. 가지는 길이로 3등분 하고 각각을 다시 4등분해 김이 오른 찜기에 3-5분 정도 쪄주세요.

   (보기에는 단단해 보여도 금세 쪄집니다. 너무 오래 찌면 물러버리니 주의해 주세요)

   찐 가지는 식혀 손으로 죽죽 찢어 분량의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면 부드러운 말캉 가지나물이 됩니다.

   국물 없이 아삭하게 드시려면 찬물에 헹궈 살짝 짜서 무치시면 좋고요.


2. 고사리는 단단한 부분을 떼어내고 3cm 정도 길이로 잘라,

   식용유를 두르고 볶다가 분량의 간장과 물 1-2밥숟가락을 넣어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 익혀줍니다.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참기름을 넣고 잘 섞어 주세요.

   달달한 맛을 좋아하시면 설탕 약간! 전 고사리와 간장 자체의 단맛으로 충분해서 안 넣었습니다.


3.  가늘게 채 친 당근은 달군 팬에 식물성 기름을 두르고 소금 약간으로 간해 달달 볶아 주시고


4. 도라지는 길이대로 가늘게 찢어 소금으로 바락바락 충분히 주물러 쓴맛을 뺀 뒤 헹궈

    (※ 소금 바락바락 소홀하게 하지 마세요, 완전 아립니다!ㅋ)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어 건져둡니다.

   달군 팬에 식물성 기름 두르고 볶다가 분량의 양념으로 간 맞추고 참기름 섞어 향이 배도록 하면 되는데,

   만약 반찬으로 드실 때 국물 있게 하시려면 참기름 넣기 전에 양념과 물(2-3밥숟가락)을 넣고 섞어

   뚜껑 덮고 약한 불에 뭉근히 익혀 국물이 조금 남았을 때 참기름으로 고루 섞어주세요.


5. 표고는 채 썰어 소금과 참기름에 조물조물해서 달군 팬에 식물성 기름 둘러 볶아내시고


6. 애호박은 반달 또는 채 썰어 (씨가 너무 크고 무르다면 씨 도려내고) 소금 뿌려 잠시 재워뒀다

   유연해지면 살짝 헹궈 꼭 짜서 달군 팬에 참기름 두르고 다갈다갈,

   새우젓국 또는 소금으로 살짝만 간해 볶아냅니다.


7. 시금치는 다듬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30초-1분) 데쳐내 찬물에 헹궈 물기 꼭 짜 분량의 양념에 무치고

   (데친 물 식혀 손을 씻으면 보들보들~ 아시죠?ㅋ)

 

8. 콩나물도 소금물에 삶아 (뚜껑 꼭 닫거나/ 처음부터 열거나 동일 온도로 유지해 주셔야 비리지 않아요)

    분량의 양념에 무쳐 줍니다.  


9. 청포묵은 방금 사온 녀석이라면 먹기 좋게 채 썰어 두면 되고,

    냉장고에서 굳은 청포묵은 소금 조금 넣은 물에 살짝 데쳐내서 준비합니다. 



recipe 2  담아내기


따끈한 밥과 달걀 프라이, 그리고 약고추장과 함께 재료들을 정갈하게 담아내 주세요.

비빔밥은 주로 온기를 오래 보존할 놋그릇 하나에 모든 재료를 동그랗게 올려 담아 먹곤 하는데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따로 담아내 보았습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나물이며 고명을 알맞게 담아 먹을 수 있도록.

그리고, 작은 돌솥에 재료를 한데 담아 겨울에 좋은 따끈한 돌솥 비빔밥도...








전주식 비빔밥에는 120도 정도에 튀겨낸 다시마 튀각을 부수어 맛을 더하기도 하는데

튀각 대신  간단하게 기름바른 김을 잘라 곁들여 보았습니다.

취향에 따라 삼나물, 무생채, 취나물 등 좋아하는 나물을 고루 올려 맛있게 만들어 드시면 좋은데요,

개인적으로는 달걀 프라이와 야들한 청포묵이 빠지면 어쩐지 허전하더라고요.

특히 청포묵의 보들한 질감은 오래 식감이 두드러지는 나물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고급스러운 맛을 더해주는 것 같아 추천하고 싶은 재료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