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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

[인생] 고흐의 삶과 그림

그림을 그리다가 끝내 자기 귀를 자르고 요양원에서 짧은 삶을 마감했던 사람.
  힘에 넘치는 붓자국과 불타는 듯한 색깔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던 이.
  그러한 그림들과 그가 살았던 삶은 어떤 끈으로 묶여 있었을까?
  가난했던 천재 화가 고흐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어엿한 결혼을 해 본 적 없는 고흐가 사랑했던 여인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이 많은 창녀였다. 왜 그 여자를 사랑하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까지 딸린 그 여자를 고흐 말고는 사랑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올챙이 목사가 된 고흐는 처음 탄광촌 변두리에 터를 잡았다. 그 무렵 탄광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곤 했다. 나쁜 탄광 주인들은 다친 광부들을 남겨 둔 채 도망가기 일쑤였다. 젊은 목사 고흐는 다친 광부들은 전도관으로 데려와 몇 밤을 지새우며 돌보곤 했다. 그러다 자신마저 쓰러져 고향으로 돌아와 요양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이브엔, 헌금할 돈이 없어 끼고 있던 장갑을 대신 넣기도 했다. 또 한번은 삼촌에게 받은 회중 시계를 넣은 적도 있었다.
그림을 제대로 그려 보고자 고흐는 파리로 갔다. 거기서 동생의 도움으로 빈민 학교 교사가 되었다.
빈민 학교에서는 월말이면 수업료를 받으러 가정 방문을 다녀야 했다. 고흐도 빠질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그 일로 한 학생의 집에 갔을 때였다. 그는 차마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세무 공무원과 아이 어머니가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무 공무원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살림살이라도 가져가겠다고 윽박질렀다. 아이 어머니가 사정사정해도 소용이 없었다. 고흐는 그런 세무 공무원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세금이 얼마입니까?"
"당신은 누구요?"
적잖은 액수를 말해 주며 세무 공무원이 되물었다.
"이 집 아이 담임입니다. 그것만 내면 되는 거죠?"
"그렇소."
고흐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그런 그가 학교로 돌아오자 교장은 거둔 돈을 내놓으라 했다. 고흐는 돈이 모자라는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교장이 호통을 치며 말했다.
"돈을 못 거두면 월급을 줄 수 없는데, 당신 정신이 있어요?"
고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외로움과 가난 속에 고흐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랑하던 여인이 어느 날 소식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 준 여인이 원망스러웠다. 가슴 속에 이글거리는 마음을 그림 위에 쏟아 붓지 않고는 배겨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넘쳐 끝내 미쳐 버리고 말았다. 고흐가 그린 그림을 감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었던 것은, 그의 그림 속에는 그가 껴안으려 했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까닭이다.